
매우 피곤했던 목요일자정 맨프롬어스 감상글을 올린다.
처음 10분만 영화 분위기를 보고자고 나머지는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전에 봐봐야지 싶었는데,
생각보다 더 몰입이 잘 되고 내가 좋아하는 전개방식이라 끝까지 전혀 무리없이 보게되었다 (90분입니다)
장소는 가구만 남아있는 거실 화로 앞, 마당정도로 매우 한정적이고 등장인물의 대화만으로 전개되는데도
인물 간 문답형식의 대사와 인물들의 감정변화와 주인공과의 관계변화만으로도 결말까지 완벽하게 재미있었다.
분명 영화의 어느부분에선 주인공의 옛 모습을 아는 사람이 등장해서 주인공이 진짜일까 아닐까 답을 못내리는 관객들을 위해 증거를 제시할 것 같았는데, 마지막에 이 사람이구나! 싶었을때의 그 시원함
지피티로 영화를 제대로 곱씹기 위한질문 5가지를 뽑아달라고 했으니 이걸로 문답을 해보겠다.
“진실이 아닌 이야기도 누군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가?”
→ 존의 이야기가 사실이든 아니든, 그의 친구들은 감정적으로 큰 반응을 보였죠.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YES. 이야기의 내용이 진실이든 아니든 무관하게 듣는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
듣는 사람이 그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또 스스로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인지하게 되면 그 발화행위 자체로도 한가지 변화의 자극이 되기 때문. 예를 들어 이디스와 간지 청자켓교수님을 보자. 나의 기존의 인식을 깨뜨리는 내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논리적인 근거없이 '이것 거짓이야'라고 원천 차단해보이는 반응이 있고, 이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걸 증명할 방법이 없고, 그렇다면 일단 그 이야기 자체를 판단하지 말고 일단 들어보는것에도 가치가 있다는 후자의 반응이 있다. 나는 항상 후자의 입장이었고.
진실/거짓이 의도적이고 명확한 경우도 있지만,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없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나는 항상 듣는 말에서 정답을 찾는 것보다. 내가 그래도 알 수 있는것, 말하는 사람이 이 말을 하는 의도, 그리고 진실이든 거짓이든 이 말을 들음으로써 나는 무엇을 생각하고 감화받는지(반응) 이 두 가지에 더 집중한다.
“우리는 얼마나 과학과 신앙의 경계에서 사고하고 있는가?”
→ 존의 이야기는 역사, 종교, 과학을 하나로 엮습니다. 이 때 나의 사고방식은 어디에 기울어져 있었는지 성찰해볼 수 있어요.
기울어진다의 의미를 잘모르겠는데 어디에 편향된다는 의미인가하면 나는 그래도 균형적인 편이지 않을까 싶다. 역사/종교/과학 또는 정치든 사회든 문화든 예술이든 어떤 영역이든간에 그 영역의 특별한 힘'이나 운명적 힘'이 있다기보다는 그냥 발생해버린 사건에 대한 각 학문들의 해석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나마.. 과학이 가장 인류역사적으로는 유의미하려나 왜냐면 과학은 다른 영역보다 사고체계 자체가 가치판단을 배제하고 오해오류를 배제하려는 시선이 가장 강한 학문이니까? 자연현상에 대한 해석을 오만가지로 하고 있을 때 가장 객관에 가까운 풀이를 해줄 수 있는 학문이기도 하고. 하지만 인류의 시간에서 무엇이 가장 상징적인 영역이냐고 한다면 오히려 역사 철학 종교가 더 비중이 있을 듯 하다. 실제 인간은 과학만큼 객관적이지도 합리적이지가 않으니까.
“'영원히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 감독은 그 설정을 통해 시간, 역사, 인간관계를 어떻게 탐구했을까요?
모르겠다 아직 다른 후기를 안봐서 그런지 훨씬 심오하고 토론할만한 주제들이 많은것 같지만 내 기준으로 한가지만 뽑는다면, 존이 나라는 존재는 왜 생겨난걸까? 에 대한 질문이 가장 인상깊었다. 신은 나를 왜 만들었을까? 나의 존재가 생겨난 의미가 무엇일까? 라는 고민에서 존은 아마 '그냥 생겼다'로 결론을 내린 것 같다(Just Happened). 이부분이 인상깊었다. 대부분 인간들이 중요하다게 던지는 질문들에 의외로 답은 '그냥' '어쩌다' 같은 우연과 우연이 만나 발생한 또다른 우연인데 그것에 대한 해석을 항상 다는 것이 긴 역사속에서 인간의 본능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해석이 누가 더 맞냐 내가 더 맞다가 심화되어서 종교 전쟁 갈등 정당 환경운동 심리이론 등으로 각 주장의 갈래들이 생기는 것이고. 어쩌면 정답이 없는 자연발생한 우연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인간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것이 나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사건에 의미를 두지 않고 모든 현상에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관조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또한 얼마나 심심한 역사일까 싶다)
“대화만으로 구성된 이 영화가 지루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 오히려 더 몰입하게 했던 요소는 무엇이었는지—대사, 연기, 주제의 무게 등—생각해볼 수 있어요.
하나는 주인공은 저말로 누구일까? 나도 청자의 입장에서 이입해서 듣고있게 된다.
또 주인공의 말이 진실임을 가정했을 때는, 그렇다면 주인공은 언제 어떤식으로 진실을 밝히고 증명할까 긴장하게 되고,
또 듣는 사람들의 반응과 변화, 마지막에 주인공이 애써 다시 진실을 감출때도 2차로 반응을 어떻게 하는지도 관전하는 재미가 있고
같은 상황에 놓여있지만 청자들의 반응도 다양한 부분이 재미있다.
단순하게는 나도 한명의 청자로써 주인공이 또 어떤 사람이었을까 역사의 어느부분에 있었다고 말할까? 상상하게하는 재미까지
“이야기의 끝에서 내가 믿은 것은 무엇인가?”
→ 관객 각자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열린 결말에서, 나는 존을 믿었는가? 아니면 누군가를 위해 거짓말을 했다고 보았는가?
꽉 닫힌 결말이 아니었나? 마지막 아들을 만나는 장면이 나는 감독이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반대의 해석도있는건가.
나는 영화안에서 존의 말은 진실이라고 믿었다.이건 근데 다분히 청자로서의 나와/ 영화 감상인으로서 현실의 나를 분리시켜서 영화 감독이라면 진짜임을 가정하고 만들었어야 의미가 있다라고 생각했기 때문. 근데 생각해보면 또 정말로 존을 모종의 이유로 거짓말을 하는 캐릭터로 만들려면 만들수도 있겠구나(마지막 장면은 어떤식으로든 존이 사전에 준비한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하지만 나는 진실이라는 가정하에 영화를 다시 보고싶다.
게다가 1번질문으로 돌아가서 나는 청자켓교수님과 결이 같다 (영화 내내 이쪽의 대사에 맞지맞지 그렇지 그렇지 하고있었다)
진실 거짓을 죽을때까지 내가 판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거기에 맹신해서 내 인생을 바치는 것은 경계하되, 그것의 거짓을 증명하려고 나의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자. 너가 하려는것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나는 그걸 통해서 나에게 필요한 제3의 의미를 가져가면 그만이다. 예를들어 본인이 부처의 제자이자 예수 였다는 설명을 그자리에서 들었다면, 사실이라고 믿되 이것에 나의 중요한 것을 걸진말자, 그러나 모든 종교는 이런식으로 진실로 주장을 하되 왜곡이 될수가 있고, 진실인척 거짓된 주장을 하는 뻔뻔한 사람이 있을수도 있고 나는 신자로서 그것을 판별하기 어려울테니 항상 해석을 유의하자 정도의 메세지를 가져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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